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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섬유 환경규제 본격화…독일 EPR·프랑스 패스트패션 규제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대응 가속

유럽연합(EU)이 에코디자인 규정(ESPR), 디지털제품여권(DPP), 생산자책임확대(EPR)를 중심으로 섬유패션산업의 순환경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2027년 6월까지 섬유 EPR 국내법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026년 9월부터 울트라 패스트패션에 추가 환경분담금을 적용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는 제품 설계부터 생산·유통·수선·재활용까지 연결하는 산업 인프라와 공급망 대응체계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피플게이트]  유럽연합(EU)의 섬유패션산업 환경정책이 제품의 친환경 설계와 정보 관리에서 생산자 책임, 폐의류 재활용, 유통·판매 방식까지 확대되고 있다. 독일이 섬유 생산자책임확대(EPR)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프랑스가 울트라 패스트패션에 대한 환경분담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유럽 시장에 진출한 국내 섬유·패션기업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U 섬유 지속가능성 관련 2대 법령·4대 대응 영역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 SCT 포럼이 발간한 글로벌 이슈 브리프의 섬유 순환경제
자료 출처 : SCT Forum |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 순환경제 포럼 / 사진 제공=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가 운영하는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 순환경제 포럼(SCT Forum)은 2026년 9월 발간한 ‘SCT 글로벌 이슈 브리프’ 1~4호를 통해 EU 섬유 환경규제의 주요 변화와 글로벌 섬유 재활용 인프라 동향,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대응 과제를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섬유 환경정책의 적용 범위가 개별 제품의 소재와 재활용성을 넘어 제품의 기획·생산·판매·사용·수선·회수·재활용을 아우르는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EU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과 디지털제품여권(DPP)은 제품의 환경성능과 관련 정보의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생산자책임확대(EPR)가 사용 후 섬유의 수거와 재활용에 필요한 재원과 운영체계를 연결하면서 섬유산업의 순환경제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주요 회원국들은 공통적인 EU 정책을 바탕으로 각국의 산업구조와 시장 여건을 반영한 이행체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독일 섬유 EPR 법제화·프랑스 패스트패션 규제…EU 순환경제 정책 확대

독일은 개정 EU 폐기물기본지침(WFD)에 따른 섬유 EPR을 2027년 6월 17일까지 국내법으로 전환하기 위해 별도의 섬유법(Textilgesetz)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 SCT 포럼이 발간한 글로벌 이슈 브리프의 섬유 순환경제
자료 출처 : SCT Forum |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 순환경제 포럼 / 사진 제공=한국섬유산업연합회

독일 연방환경부(BMUKN)는 2026년 3월 섬유 생산자책임확대 도입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생산자의 등록·보고, 생산자책임기구(PRO) 운영, 비용 분담 등 세부 이행체계 마련에 착수했다.

독일의 특징은 정부의 제도 설계와 함께 섬유·패션 및 유통업계가 직접 이행모델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섬유패션산업협회(textil+mode)는 지난 2월 생산자가 제도 운영과 조정에 참여하는 EPR 이행모델을 발표했다. 이 모델은 생산자 공동조정기구(GHS)와 생산자책임기구(PRO)의 역할을 구분하는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GHS는 생산자와 PRO의 등록·관리, 이행현황 모니터링, 운영기준 조정 등을 담당하는 산업계 제안기구다. PRO는 폐섬유 수거·회수·재사용·재활용 등 생산자의 실질적인 의무 이행을 담당한다. GHS는 현재 법정기구로 확정된 조직이 아닌 산업계 제안모델이다.

2026년 8월에는 독일섬유패션산업협회와 독일유통협회(HDE)가 ‘Allianz für textile Kreisläufe(섬유 순환경제 연합)’를 출범시켰다. 양측은 생산자와 유통기업의 제도 설계 참여, 투명한 비용 분담, EU 회원국 간 제도 조화,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한 공정한 책임체계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 SCT 포럼이 발간한 글로벌 이슈 브리프의 섬유 순환경제
자료 출처 : SCT Forum |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 순환경제 포럼 / 사진 제공=한국섬유산업연합회

독일의 기존 폐섬유 수거체계도 중요한 정책 기반이다. 독일 재활용·폐기물관리업계 단체 bvse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의 폐섬유 수거 규모는 2023년 약 130만 톤으로 추정된다.

수거된 섬유의 재사용 비중은 2018년 62%에서 2023년 44%로 변화했으며, 열적 회수 비중은 같은 기간 12%에서 21%로 높아졌다. 독일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기존 수거·선별 인프라와 EPR 재원을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는 한발 더 나아가 패션기업의 제품 출시와 판매 방식까지 환경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6년 7월 8일 ‘섬유산업의 환경영향 저감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9월 1일부터 울트라 패스트패션 제품에 추가 환경 페널티(malus)를 적용했다.

규제는 단순히 제품 가격이나 브랜드 국적이 아니라 신제품 출시 규모와 소비자의 수선을 유도하는 정도 등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추가 환경 페널티 산정에는 브랜드가 공급하는 제품군의 폭(G)과 수선 유인(R)이 각각 50%씩 반영된다.

2026년 기준 주요 품목의 추가 환경 페널티는 티셔츠·폴로 2유로, 셔츠·니트 6유로, 원피스·바지 7유로, 청바지 9유로, 코트·재킷 12유로다. 실제 적용 금액은 품목과 평가결과, 판매가격 등 세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프랑스는 2027년 1월 1일부터 해당 규제대상 제품과 브랜드의 광고 및 인플루언서 홍보를 제한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EU가 추진하는 제품 중심의 에코디자인 정책과 함께 패션기업의 신상품 출시, 소비자 서비스, 마케팅, 재고 운영까지 환경정책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섬유 재활용 시장 확대…한국형 EPR·DPP 대응체계 구축 주목

EU의 섬유 환경규제가 구체화되면서 사용 후 의류를 산업용 재생원료로 전환하는 섬유 재활용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섬유 재활용 산업은 폐의류 수거에서 선별, 소재 식별, 전처리, 재활용, 재생원료 구매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 SCT 포럼이 발간한 글로벌 이슈 브리프의 섬유 순환경제
자료 출처 : SCT Forum |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 순환경제 포럼 / 사진 제공=한국섬유산업연합회

폐의류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수거된 제품을 소재 조성과 순도, 색상, 오염도, 부자재 등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재활용 공정에 적합한 투입원료인 피드스톡(feedstock)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섬유에서 다시 섬유를 생산하는 ‘텍스타일 투 텍스타일(Textile-to-Textile·T2T)’ 재활용은 고품질 원료 확보와 안정적인 수요시장 형성이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Systemiq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의 사용 후 섬유 기반 T2T 재활용 폴리에스터 생산비는 톤당 약 2,480유로로 추산된다.

이는 일반 버진 폴리에스터의 톤당 약 950유로와 비교해 약 2.6배 수준이다. 폐페트병 기반 재활용 폴리에스터의 생산비는 톤당 약 1,140유로로 제시됐다.

이 같은 비용 차이는 폐의류의 수거와 선별, 소재 식별, 부자재 제거, 전처리 등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 산업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럽 각국도 섬유 재활용의 산업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기존 섬유 EPR 체계를 활용해 수거·선별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Circular Textile 2025~2030’을 통해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과 재활용 섬유의 시장 수요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섬유패션산업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기획부터 원료 조달, 생산, 유통, 소비자 서비스, 재활용까지 연결하는 데이터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 SCT 포럼이 발간한 글로벌 이슈 브리프의 섬유 순환경제
자료 출처 : SCT Forum |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 순환경제 포럼 / 사진 제공=한국섬유산업연합회

특히 EU 디지털제품여권(DPP)에 대응하려면 섬유의 소재와 혼용률, 제조공정, 제품 정보, 수선 및 재활용 관련 데이터를 공급망 전반에서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이 중요하다.

패션 브랜드와 유통기업은 제품 출시 규모와 판매·재고 운영, 수선서비스 제공방식 등을 점검하고, 원사·원단 및 의류 제조기업은 원료와 공정, 부자재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국형 섬유 EPR 제도 논의에서도 기존 폐의류 수거체계와 생산자 책임을 연계하고 자동선별·전처리 인프라, 재활용 원료의 품질관리, 재생원료 수요시장 형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국내 폐의류의 발생량과 처리경로를 파악하는 물질흐름 분석, 재활용업체의 원료 규격 데이터 확보, 민관 공동 실증사업, 재생원료 장기구매 모델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 SCT 포럼이 발간한 글로벌 이슈 브리프의 섬유 순환경제
자료 출처 : SCT Forum |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 순환경제 포럼 / 사진 제공=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는 섬유 EPR의 성과를 단순한 폐의류 수거량이나 생산자 분담금 규모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재활용 원료 전환율과 T2T 재활용량, 재생원료 사용량 등 산업적 순환성과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에코디자인과 DPP, EPR, 재활용 인프라, 재생원료 수요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정책과 산업계 협력체계가 중요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유럽의 섬유 환경정책은 제품의 친환경성과 공급망 정보 관리, 생산자 책임, 수선서비스, 재활용 원료의 활용을 하나의 순환경제 체계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섬유·패션기업도 EU 규제의 시행 일정과 적용범위를 확인하는 동시에 제품 개발과 생산, 유통, 재활용을 연결하는 중장기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경쟁력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